한국관광타임즈
한국 어디까지 가봤니 · 6호

느려도 된다고 말해주는 섬, 청산도

·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사진: 청산도 슬로길, 봄철 유채꽃 풍경(자료사진)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완도항에서 배로 50분, 청산도 여객선터미널에 내리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속도의 차이다. 이 섬은 2007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았고, 2011년에는 섬 전체를 도는 11개 코스, 42.195km의 '슬로길'이 세계슬로길 1호로 지정됐다. 이름 그대로, 이 섬에서는 서두르는 사람이 오히려 어색하다.

이 지면에 실린 사진은 봄철 유채꽃이 만개했을 때의 슬로길 풍경이다. 9월 지금 가면 그 자리에 노란 유채꽃 대신 황금빛으로 물든 벼가 계단을 이루며 물결친다 — 청산도의 진짜 정체성은 사실 이 다랑논에 있다. 논바닥에 돌을 구들장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구들장논'은 배수로까지 갖춘 독특한 경작 방식으로, 국가중요농업유산이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인정한 세계중요농업유산이다.

사진: 청산도 상서마을 다랭이 논과 해상 양식장(자료사진)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슬로길 1코스를 걷다 보면 발밑으로 좁고 굽은 돌담길이 이어지고(시각), 파도 소리 대신 바람이 마른 벼 이삭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청각). 바닷가 인근에서는 김·전복 양식장 특유의 짭짤한 갯내음이 코끝을 스치고(후각), 마을 어귀 구판장에서 파는 톳장떡이나 전복죽 한 그릇은 뭍에서 먹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난다(미각). 갈 곳 없이 굽이진 돌담을 손으로 짚으며 걷다 보면 까끌한 돌의 감촉이 그대로 손끝에 남는다(촉각). 섬 곳곳에는 '느림 우체통'도 있다 — 여기서 부친 편지는 1년 뒤에야 받는 사람에게 배달된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 섬에 어울리는 장치다.

■ 가는 법 완도항 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6회 배가 뜨며, 편도 약 50분이 걸린다. 서울에서 완도까지는 버스나 자차로 4~5시간 남짓 걸리는 만큼, 당일치기보다는 1박 이상 일정을 잡는 편이 낫다. 번아웃 상태로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 섬에서 하루쯤은 아무 일정도 잡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남는 장사다 — 그 하루의 정적은 도심에서는 돈으로도 사기 힘든 것이다. 이 섬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까? 독자 여러분의 '한국 어디까지 가봤니' 제보를 기다립니다 — 오픈채팅방에서 다음 목적지 후보를 함께 골라주세요. (참여 방법은 본지 오픈채팅 안내 참고)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사진: 청산도 느림 우체통과 표지석(자료사진)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출처·작성 방식 — 한국관광타임즈 자체 취재(완도군, 한국관광공사) ·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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