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에 오르는 그 맛, 통인시장 도시락으로 미리 맛본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골목 전체가 기름 냄새로 채워진다.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와 알록달록한 나물 빛깔이 좌판마다 이어지고, 손님들 손에는 하나같이 놋쇠빛 동전 몇 닢이 쥐어져 있다 — 조선시대 화폐를 본떠 만든, 이 시장 안에서만 통하는 '엽전'이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통인시장 · '도시락 카페' 대략 11:00~16:00 운영(점포별 상이) · 시장에서 파는 엽전으로 반찬을 골라 담는 방식

추석은 음력 8월 보름, 온 가족이 모여 한 해 수확에 감사하는 한국의 추수감사절격 명절이다. 이 무렵 한국 가정에서는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데, 그 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송편과 전, 잡채다. 송편은 반달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깔고 찌는 떡으로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전은 기름에 지진 부침 요리, 잡채는 여러 나물과 당면을 볶아 섞은 명절 대표 반찬이다. 통인시장 한가운데 마련된 도시락 카페에서는 이 명절 음식들을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입구에서 엽전을 교환하면 둥근 양은 도시락 하나가 함께 주어지고, 그때부터는 시장 전체가 반찬 가게가 된다. 녹두전을 부치는 화로, 잡채를 무치는 손, 삼색나물이 담긴 큰 대야 — 엽전 한 닢을 건네고 국자로 덜어 담을 때마다 도시락은 조금씩 묵직해진다.
정해진 메뉴도 순서도 없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걸으며 기름 냄새를 따라가다 마음에 드는 반찬 앞에 서면 그만이다. 다 채운 도시락은 시장 안 카페 자리에 앉아 그 자리에서 열어볼 수 있다. 직접 명절 음식을 차릴 계획이 없는 여행자라도, 엽전 몇 닢으로 손수 고른 나만의 명절 도시락 한 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시장 내 일부 점포가 하루 이틀 문을 닫을 수 있으니, 방문 전 점포 앞 안내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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