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 결제만 믿고 온 미국인, 서울 편의점 앞에서 멈춰서다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 앞.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막 도착한 미국인 관광객이 생수 한 병을 들고 계산대 앞에서 애플워치를 리더기에 가져다 댄다. 미국 어디서나 통하던 손동작이다. 단말기는 반응이 없다. 점원이 "카드나 현금 주세요"라고 말한다. 지갑 없이 휴대전화 하나로 여행해 온 사람에게는 당혹스러운 순간이다. 미국은 애플페이·탭투페이가 일상인 나라다. 법무부는 미국 등 22개국 국민에 대한 전자여행허가(K-ETA) 한시 면제를 2026년 12월 31일까지 추가 연장했다(주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공지). 입국 문턱은 낮아졌지만, 공항 밖 결제 환경은 여전히 미국인의 습관과 어긋난다. 2026년 2분기 국내 비거주자(외국인) 카드 사용액은 48억6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36.1% 늘어 역대 최대
를 기록했다(글로벌이코노믹, 여신금융협회 집계 인용). 쓰고 싶어도 결제 방식이 안 맞아 겪는 마찰이 이 수치 뒤에 있다. ■ 왜 애플페이는 자주 막히나 코리아헤럴드에 따르면 2023년 3월 애플페이 출시 당시 국내 매장 약 290만 곳 중 NFC 단말기를 갖춘 곳은 약 7만 곳(2.4%)뿐이었다. 3년 뒤인 2026년에도 격차는 여전하다. 코리아헤럴드가 비자(Visa)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로는 주요 도시 20~59세 소비자의 EMV 비접촉 결제 이용률이 2023년 7.9%에서 2024년 45%로 늘었지만, 애플페이는 여전히 현대카드하고만 공식 제휴돼 있어 미국에서 발급된 카드를 애플월렛에 넣어 온 관광객은 애초에 등록조차 안 된다. ■ 서울시·애플 협상은 왜 불발됐나 서울시와 티머니는 외국인이 애플
페이 안에서 곧바로 해외카드로 충전하는 서비스를 추진했지만, 전자신문 단독 보도(2026년 2월 27일)에 따르면 애플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며 계획이 무산됐다. 대안으로 티머니는 별도의 '모바일티머니' 앱으로 해외카드 충전 기능을 열기로 했다. ■ 지금 관광객이 쓸 수 있는 방법 마스터카드는 2026년 4월 보도자료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이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돼 해외 마스터카드 이용자가 아이폰·애플워치를 애플월렛에 등록한 뒤 지하철·버스·택시에서 탭 결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는 구글플레이 '코리아투어카드' 앱으로 같은 기능을 쓴다. 다만 애플페이 자체가 아니라 별도 앱 설치·가입이 필요한 우회로이고, 지원 카드사도 마스터카드·아멕스·유니온페이뿐이라 비자 카드 이용자는 이마저 쓸 수 없다. 현
장 체감은 더 냉정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 4분기 잠정치를 인용한 보도(머니투데이, 2026년 5월 24일)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편의점을 제외한 소규모 식당과 전통시장에는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 단말기가 적고, 설치돼 있어도 해외 발급 카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관광객이 부족하다고 느낀 정보 중 '금융정보'는 11.0%로 교통정보(16.1%)·음식정보(13.3%)에 이어 상위권이었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 K-ETA 한시 면제: 미국 등 22개국 국민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신청 없이 입국 가능. 단 면제자는 출발 전 e-Arrival Card를 온라인 제출해야 한다(주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공지). - 애플페이 국내 공식 제휴사는
현대카드뿐, 해외 발급 카드는 국내 애플페이 등록 불가. - 대중교통 탭 결제 우회로: 아이폰 'MobileTmoney', 안드로이드 'Korea Tour Card' 앱 설치 → 마스터카드·아멕스·유니온페이로 충전(비자 불가) → 지하철·버스·택시 탭 이용. - 가장 확실한 대안은 편의점·지하철역 충전기에서 현금으로 실물 T-money 카드를 충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처럼 지갑을 두고 다닐 계획이라면, 적어도 도착 첫날만큼은 예외로 둬야 한다. 실물 카드 한 장과 약간의 현금, 필요하면 위 앱을 출국 전 설치해 두는 것—그 5분이 서울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멈춰 서는 순간을 없애 준다.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