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타임즈
한국 어디까지 가봤니 · 7호

300년 마르지 않은 저수지, 청송 주산지의 왕버들

·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사진: 물속에 뿌리내린 청송 주산지 왕버들 고목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해가 뜨기 전 저수지 앞. 밤사이 식은 공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잔잔한 수면 위로 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안개 사이로 굵은 나무 밑동들이 실루엣으로 떠오른다. 300년 가까이 물속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왕버들이다.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저수지는 비현실적일 만큼 고요하다. 옷깃을 스치는 서늘한 새벽바람과, 안개가 실어 온 눅눅한 물기 냄새만이 이곳이 살아 있는 공간임을 알려준다. 지금이 이 저수지를 찾기에 좋은 때다. 9월 중순인 지금은 한여름의 짙은 녹음이 가을빛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로, 왕버들의 초록빛과 산자락의 첫 단풍이 겹쳐 보이는 짧은 기간이다. 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되면 국내 여행객의 발길이 몰리지만, 지금 방문하면 붐비지 않는 저수지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특별한 가을 초입 풍경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유가 많지 않은 여행자에게도 이 장소는 유효하다. ■ 300년, 바닥을 드러낸 적 없는 저수지 주산지는 자연호수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조선 경종 원년인 1720년 8월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인 1721년 10월 완공됐다. 저수지 바닥에는 화산재가 뭉쳐 굳은 '용결응회암'이라는 암반이 깔려 있는데, 이 암석은 물이 거의 통과하지 못할 만큼 치밀해서 준공 이후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런 지질학적 가치와 경관을 인정받아 2013년 3월 국가지정문화유산 명승 제105호로 지정됐고, 지금은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관리되고 있다.

사진: 주산지 진입로 계곡길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 왕버들이 만드는 풍경 저수지 안에는 수령 150년에서 300년으로 추정되는 왕버들 20~30여 그루가 물속에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다. 뿌리가 물에 잠기면 대개 나무가 썩어 죽지만, 수위가 사계절 내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주산지의 안정된 환경 덕분에 이 나무들은 수백 년을 버텨왔다. 밤사이 차가워진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수면이 만나고 바람까지 잦아드는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물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왕버들이 수면에 거울처럼 비친다. 다만 이 물안개는 기온과 습도, 바람에 따라 나타나기도 나타나지 않기도 해서, 못 보더라도 잔잔한 수면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만으로 충분히 걸을 만하다. ■ 실용정보 - 위치: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주왕산국립공원 절골지구), 주차장은 주산지리 87 -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주왕산(청송)행 시외버스가 하루 여러 차례 운행되며 약 4시간 걸린다. 주왕산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주산지 주차장까지는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택시 이용을 권장한다(약 20분). - 자가용: 상주영덕고속도로 청송IC에서 주왕산면 방향으로 진입해 내비게이션에 '주산지 주차장'을 입력하면 된다. - 소요시간: 주차장에서 저수지까지 완만한 숲길로 약 1km, 편도 10~15분. 왕복 관람에 1~1.5시간이면 충분하다. - 운영시간: 상시 개방(연중무휴, 별도 폐장시간 없음) - 요금: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 - 유의사항: 반려동물 동반, 자전거 진입, 드론 촬영 금지. 지정된 탐방로와 전망 지점에서만 관람하고 물가로 직접 내려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왕버들의 물안개는 날씨가

도와야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매번 보장되지는 않는다. 안개가 없는 날에는 저수지를 낀 주왕산국립공원의 다른 지질 명소, 이를테면 기암과 계곡을 함께 묶어 반나절 코스로 돌아보는 편이 아쉬움을 던다. 300년째 바닥을 드러낸 적 없는 이 저수지처럼, 소문나지 않은 여행지도 언젠가는 붐비기 마련이다. 아직 한적한 지금, 그 물가에 먼저 서 볼 차례다. 이 장소에 대해 더 궁금하면 한국관광타임즈 오픈채팅으로 물어보세요.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출처·작성 방식 — 한국관광타임즈 자체 취재(청송군·주왕산국립공원·문화재청 국가유산포털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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