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서 1시간20분, 강 위에 뜬 세 봉우리를 만나다 — 단양 도담삼봉·만천하스카이워크

이른 아침 청량리역, KTX-이음의 문이 닫히자 창밖 풍경이 아파트 숲에서 산그림자로 바뀌기 시작한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열차가 속도를 줄이며 남한강을 따라 굽이도는 산줄기 사이로 들어선다. 단양역에 내리자 서늘한 강바람 냄새가 먼저 코끝을 스치고, 멀리 강 위로 세 개의 봉우리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솟아 있는 게 보인다. 도담삼봉(島潭三峰)이다.
어디서, 얼마에, 어떻게 — 도담삼봉은 조선을 세운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 조선의 통치 이념과 한양 도성을 설계한 인물)이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 바로 옆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세 봉우리는 원래 강원도 정선에서 홍수에 떠내려온 것이라 단양이 정선에 세금을 내야 했는데, 소년 정도전이 "우리가 떠내려오라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물길만 막혀 피해를 보고 있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따져 그 뒤로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고 한다. 정도전은 훗날 이 봉우리의 이름을 따 스스로 호를 '삼봉'이라 지었다. 입장은 무료, 주차료만 3000원. 강 앞 정자에 앉아 있으면 유람선 모터 소리와 물새 울음, 자갈밭을 밟는 발소리가 뒤섞여 들려온다.

강을 따라 차로 10분 남짓, 혹은 단양역 앞 콜택시(043-421-7001 등, 편도 5000~8000원 안팎)를 타면 만천하스카이워크에 닿는다. 해발 599m 전망대에서 강줄기를 내려다보는 스카이워크는 성인 입장료 3000원, 걸어 올라가기 힘들면 편도 2500원짜리 모노레일(약 8분 소요,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 월요일 휴무)을 타면 된다. 유리 바닥 위에 서는 순간 다리 밑이 훤히 비치면서 발바닥이 저릿해지는 감각은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 단양역에서 명소까지 다니는 군내버스는 배차 간격이 넓어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정확한 시간표는 단양군 홈페이지 교통정보 페이지에서 확인). 그래서 현지인들도 짧은 구간은 콜택시를 더 많이 이용한다. 또 스카이워크는 월요일 휴무이니 요일을 반드시 확인하고, 겨울철에는 강바람이 매서워 얇은 겉옷 하나로는 손끝이 금세 시려온다.
해가 기울 즈음에는 스카이워크에서 멀지 않은 단양강 잔도(棧道·절벽에 나무 데크를 매달아 만든 길)로 이동해보자. 남한강 석회암 절벽을 따라 1.2㎞ 이어지는 이 데크길은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고, 경관 조명이 밤 11시까지 켜져 있어 노을이 진 뒤에도 걸을 수 있다. 나무 바닥이 발밑에서 삐걱이는 소리, 강물 냄새, 저 멀리 수양개 빛터널 쪽에서 새어 나오는 조명까지 더해지면 낮과는 완전히 다른 단양을 만나게 된다.
접근성 한눈에 보기 — ①대중교통만으로 가능: 서울 청량리역에서 KTX-이음으로 단양역까지 직행, 환승 없음(하루 약 10회 운행). ②서울 당일치기 왕복 소요시간: 편도 약 1시간20분, 열차 이동만 왕복 2시간40분+현지 이동 반나절이면 하루 일정으로 충분. ③대안: 단양역~명소 간 버스 배차가 뜸하니 콜택시를 함께 활용할 것.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옆자리 외국인 여행자와 눈이 마주치면 정보 하나쯤 나누게 마련이다. 출국 전에 방한 여행자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오픈채팅방을 검색해두면, 이런 당일치기 코스의 최신 버스 시간이나 날씨 팁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도담삼봉의 전설과 스카이워크의 아찔함, 잔도길의 밤 산책까지 하루에 다 담아갈 수 있는 이 코스는, 경복궁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쉬운 이들에게 남한강이 건네는 또 다른 한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