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타임즈
K-푸드

가을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인다 — 1932년부터 같은 자리, 서울식 추탕 한 뚝배기

김태철 기자입력 KST
사진: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용금옥의 좌식 방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서울 도심 다동 골목, 미닫이 유리문을 밀면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마룻바닥이 나온다. 상은 낮고 자리는 방석이다. 주방 쪽에서 뚝배기가 끓어 넘치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소뼈와 곱창을 오래 고아낸 국물 냄새가 문틀을 넘어온다. 붉은 국물이 담긴 뚝배기가 상에 놓이면 김이 얼굴까지 올라와 안경이 하얗게 흐려진다. 숟가락으로 바닥을 훑으면 손가락만 한 민물고기가 통째로 딸려 올라온다. 미꾸라지다.

한눈에 보기: 용금옥 ·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길 24-2 · 오전 11시~오후 10시 · 매월 둘째·넷째·다섯째 일요일 휴무 · 전화 02-777-1689 · 대표 메뉴는 추탕, 곁들임으로 미꾸라지튀김 ·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걸어서 5분, 청계천 바로 옆 · 1인분 주문 가능

사진: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인 서울식 추탕과 함께 들어간 소면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 국이다. 미꾸라지는 논바닥과 도랑의 진흙 속에 사는 가늘고 긴 민물고기로, 영어로는 로치(loach)라고 부른다. 한자 이름 추어(鰍魚)의 '추'는 물고기 어(魚) 옆에 가을 추(秋)를 붙여 만든 글자다. 국가유산청 자료는 가을에 제맛이 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는 풀이를 소개한다. 여름내 먹이를 먹고 겨울을 앞두고 살이 오르는 때가 바로 지금이어서, 10월의 한국 식당에서 이 국은 제철 음식으로 취급된다.

같은 이름을 쓰지만 지역마다 전혀 다른 음식이다. 전라도식은 된장과 들깨즙을 풀어 걸쭉하고 구수하게 끓이고, 경상도식은 삶은 미꾸라지를 으깨 채소와 함께 끓인 뒤 산초(톡 쏘는 향이 나는 한국 향신료) 가루를 뿌린다. 두 가지 모두 생선을 갈아 넣기 때문에 국물에서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식은 다르다. 곱창이나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고춧가루를 풀고 두부·버섯·호박을 넣는데, 미꾸라지만은 갈지 않고 통째로 넣는다. 이 집 뚝배기에는 유부(두부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긴 것)와 소면도 함께 들어간다. 국물은 얼큰하고 소고기 국에 가깝다. 비린내는 거의 없다. 미꾸라지는 뼈까지 무르게 익어 이로 누르면 그대로 부서지고, 남은 국물에 소면을 말면 한 뚝배기가 두 끼처럼 늘어난다.

사진: 밥과 반찬까지 한 사람 몫으로 차려진 추탕 한 상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이 가게는 1932년에 이 동네에서 문을 열었다. 90년이 넘는 동안 국물 내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고, 옆 골목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사이에도 좌식 방을 그대로 두었다. 혼자 온 여행자가 걱정할 일은 없다. 추탕은 1인 1뚝배기가 기본이라 밥과 반찬이 한 사람 몫으로 차려져 나온다. 여럿이어야 주문을 받는 한국 식당 앞에서 돌아선 경험이 있다면 이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정작 조심할 것은 휴무일이다. 매월 둘째·넷째·다섯째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한 달에 있는 일요일 넷 가운데 셋이 쉬는 날인 셈이어서, 모르고 찾아가면 을지로 일대를 오가는 40분과 저녁 한 끼를 그대로 잃는다. 대신 밤 10시까지 열어 두니 공연이나 야경을 보고 늦게 와도 뜨거운 한 그릇은 남아 있다.

출처·작성 방식 —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작성(근거: 국가유산청 월간 국가유산사랑 '서민들의 영양보양식 추어탕',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음식점 정보) · 원문 보기
출발 전 가이드: 서울 첫 3일
이 도시의 버디 만나기 → ← 지면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