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미는 방, 세신 — 외국인 거래액 462% 뛴 한국 목욕탕에 처음 들어가는 법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끝에서 먼저 닿는 것은 소리다. 플라스틱 바가지가 타일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손바닥으로 등을 두드리는 둔탁한 박자가 겹쳐 울린다. 탈의실 문을 열면 습한 열기가 얼굴을 덮고 비누 냄새가 따라붙는다. 한국에서는 이런 공간을 목욕탕이라 부르고, 그 안에서 전문 관리사가 온몸의 묵은 각질을 벗겨 주는 서비스를 세신(洗身)이라 한다. 영어권에서는 'Korean scrub'으로 통한다.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이 2026년 7월 공개한 상반기 거래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1인 세신숍 거래액은 1년 새 462% 늘었고 스파 거래액도 67% 증가했다. 쇼핑 목록을 들고 오던 사람들이 이제 몸을 맡기러 온다.
한눈에 보기: ▲예시 시설: 강변스파랜드(서울 광진구 구의강변로 45) ·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도보권 ▲운영: 연중무휴 24시간 ▲요금: 사우나 주간(05~20시) 대인 13,000원 / 찜질방 주간 15,000원 · 야간(20~05시) 17,000원 ▲초과 요금: 사우나는 6시간, 찜질방은 15시간을 넘기면 시간당 1,000원 ▲세신 등 개별 관리는 별도 요금이며 금액이 공식 자료에 나와 있지 않다 ▲문의: 02-455-3737(24시간) ▲다국어 관광통역: 1330

세신은 탕에 20~30분 몸을 담가 피부를 충분히 불린 뒤에 시작한다. 관리사는 '이태리타올'이라 부르는 자주색 사각 장갑을 손에 끼는데,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원단으로 처음 만들었다 해서 붙은 이름일 뿐 정작 이탈리아에는 없는 한국 물건이다. 표면은 고운 사포처럼 까끌까끌하고 젖으면 결이 더 곧추선다. 등에 처음 닿는 순간은 놀랄 만큼 뻑뻑하지만 몇 번 지나가면 피부가 화끈해지고, 회색 각질이 실처럼 말려 나온다. 세신대는 단단하고 미끄러운 플라스틱 판이고, 중간중간 관리사가 끼얹는 뜨거운 물이 어깨에서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한 가지는 미리 알아 두는 편이 낫다. 남탕과 여탕은 완전히 분리돼 있고, 탕 안에서는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 옷을 입고 들어가는 곳은 남녀가 함께 쓰는 찜질방뿐이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또 다른 공간이 이어진다. 강변스파랜드에는 소나무 장작을 때는 재래식 불한증막이 있다. 나무 문을 열면 마른 열기가 코 안을 먼저 말리고 장작 타는 냄새가 머리카락에 밴다. 옆으로 옮기면 바닥에 굵은 소금을 깐 소금방이 나오는데, 알갱이가 발바닥에 배긴다. 숯방과 황토방을 지나 얼음처럼 차게 유지되는 이글루체험방에 들어가면 달아올랐던 몸이 순식간에 식으며 살갗이 따끔거린다. 공용 홀에서는 수건 양 끝을 말아 머리에 얹은 사람들이 누워 있다. 한식당과 스낵코너가 있어, 차고 달큰한 식혜 한 잔이나 삶은 계란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다. 찜질방은 잠깐 들렀다 나가는 곳이 아니라 반나절을 보내는 곳이다.
돈이 새는 지점은 대개 한 곳이다. 이 시설은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이 되지 않는다. 밖에서 밥을 먹거나 숙소에 짐을 두러 나섰다가 돌아오면, 찜질방 요금 15,000원을 처음부터 다시 낸다. 외부 음식물 반입도 막혀 있으니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사우나 6시간, 찜질방 15시간을 넘기면 시간당 1,000원이 붙는다는 점도 밤을 새울 생각이라면 계산에 넣어야 한다. 입구에는 '현금 없는 매장(카드 전용)'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는데, 해외에서 발행한 카드가 무인 결제기에서 통하는지는 공식 자료에 나와 있지 않으니 카운터에서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법적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만 19세 미만은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입장할 수 없고, 만 4세 이상 남자아이는 여탕에 들어갈 수 없다. 한국어가 막히면 한국관광공사가 24시간 운영하는 관광통역안내 전화 1330으로 통역을 사이에 둔 3자 통화를 요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