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타임즈
한국 어디까지 가봤니 · 17호

돌기둥이 파도에 눕다 —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사진: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 Productivebadger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이른 아침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규칙적으로 귓가를 두드린다. 짠내 섞인 바닷바람이 콧속을 훑고 지나가면 발밑에는 검은 현무암 기둥이 장작더미를 쌓아놓은 듯 옆으로 누워 있다. 손끝으로 만져 보면 매끈하기보다 까끌까끌한 감촉이 먼저 느껴지고, 입술 사이로 스며든 바람에는 옅은 소금기가 맛으로 남는다. 이 낯선 돌기둥의 정체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2년 9월 25일 국가가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다.

한눈에 보기,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일대 해안에 있고, KTX로는 서울역에서 신경주역까지 약 2시간 10분이 걸리며 신경주역에서 자가용으로 다시 약 50분을 더 가야 닿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경주 시내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읍천항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는데, 배차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 사이라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1.7km 구간이고 데크로드와 전망대, 구름다리가 놓여 있어 왕복하는 데 2~3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된다. 읍천항 공용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길을 오늘 걸어야 할 이유는 날짜에 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날짜가 2012년 9월 25일인데, 오늘이 정확히 그 지정 14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여름 뙤약볕이 한풀 꺾이고 바닷바람이 선선해지는 9월 말은, 그늘 없는 해안 데크를 두 시간 넘게 걷기에 몸이 가장 가벼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돌기둥이 눕는 이유는 용암이 식는 방향에 있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굳으면서 부피가 줄어들 때 생기는 다각형 균열이 기둥 모양으로 발달한 지형으로, 제주 지삿개나 한탄강 유역에서는 대개 수직으로 곧게 서 있다. 반면 양남 주상절리군은 용암이 식는 방향이 달랐던 탓에 기둥이 옆으로 누워 원목을 쌓아놓은 모습을 이루고, 그 가운데 일부는 기울어지거나 부채를 펼친 듯 둥글게 휘어져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일대를 부채꼴 모양의 특이한 주상절리를 비롯해 수평 방향의 주상절리가 대규모로 발달한 곳이라고 설명하며, 지정 구역의 면적은 13만㎡가 넘는다(국가유산포털,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1363705360000).

파도소리길 초입인 읍천항은 오징어와 문어잡이로 살아온 작은 어촌이어서,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담벼락에는 마을 사람들의 생업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 곁을 지나면 비린내 섞인 바닷내음이 코끝에 오래 남고,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산책 내내 배경음처럼 따라붙는다.

이 낯선 돌기둥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나면, 같은 길을 걸은 다른 방한객들은 어떤 순간을 담았을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정보를 실시간으로 나누고 싶다면 한국관광타임즈 오픈채팅방을 찾아보길 권한다. 파도가 빚은 돌기둥은 14년째 그 자리에 누워 있지만, 그것을 걷는 오늘의 발걸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출처·작성 방식 —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작성(근거: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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