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기 전 깔아야 할 앱과, 각 앱이 숨기는 함정

인천국제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막 내린 여행자가 휴대폰을 내려다본다. 구글 지도에 예약한 호텔 이름은 분명히 찍히는데, 거기까지 걸어가는 길이 그려지지 않는다. 방한한 해외 크리에이터 28명 가운데 8명이 지도와 앱 때문에 시간을 버렸다고 말했고, 영어권과 독일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특히 많았다. 이유는 하나다. 한국에서 구글 지도는 길을 안내하지 않는다.
한눈에 보기: 출발 전 설치 — 네이버 지도·파파고·k.ride·캐치테이블 글로벌·Emergency Ready App · 모두 무료 · 한국 휴대폰 번호 없이 가입 가능 · 여행 문의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통역 안내전화 1330(24시간·8개 언어)

구글이 공개한 서비스 지역 표에서 한국은 지도 화면과 장소 검색만 지원 대상으로 적혀 있다. 자동차 길찾기, 도보 길찾기, 자전거 길찾기, 실시간 교통정보는 모두 미지원이다. 지하철과 버스 경로는 나오지만 역에서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구간은 점선으로만 그려질 뿐 방향을 알려 주지 않는다. 서울 강남역처럼 출구가 1번부터 12번까지 있는 환승역에서 출구를 잘못 고르면, 지하 통로를 되돌아 나와 다시 올라오는 데만 10~15분이 든다. 하루 세 번이면 40분, 나흘 일정이면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길 위에서 사라진다.
지도는 네이버 지도를 기본으로 삼는다.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네 가지로 쓸 수 있고, 회원 가입 없이 검색과 길찾기가 된다. 함정은 검색어다. 영문 상호를 그대로 치면 나오지 않는 가게가 많아, 간판의 한글을 복사해 넣어야 할 때가 있다. 식당 예약과 결제는 본인 인증이 필요한데, 네이버는 2026년 6월 4일부터 여권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게 해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어도 예약과 결제가 가능해졌다. 카카오맵은 버스 도착 시각과 건물 내부 지도에 강하지만 영어로 설정해도 화면 곳곳이 한국어로 남는다. 번역은 네이버가 만든 파파고가 가입 없이 바로 열리고, 카메라를 메뉴판에 대면 글자 위에 번역이 겹쳐 보인다. 손으로 쓴 메뉴판과 흘려 쓴 간판은 자주 틀린다.
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외국인 전용으로 따로 내놓은 k.ride가 가장 막힘이 적다. 영어·일본어·중국어(간체·번체)로 작동하고 구글·애플·이메일 계정으로 가입해 한국 번호가 필요 없다.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와 알리페이·그랩페이로 결제되고, 목적지 입력과 기사와의 대화는 100개가 넘는 언어로 자동 번역된다. 한국인이 쓰는 카카오 T도 외국 번호로 가입되지만, 기사가 확인 전화를 걸었을 때 받을 한국 번호가 없으면 배차가 취소되곤 한다. 앱을 안 쓰고 길에서 빈 택시를 기다리면 심야 번화가에서는 20~30분이 예사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1.6km까지 4,800원이지만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는 40% 할증이 붙어 기본요금만 6,700원으로 오른다. 식당 예약은 캐치테이블 글로벌이 영어·일본어·중국어를 지원하고 이메일이나 구글·애플 계정만으로 가입된다. 다만 인기 식당은 예약을 여는 즉시 마감되고, 예약금을 걸어 두고 가지 않으면 돌려받지 못한다.
출발 전에 깔 것과 도착해서 깔아도 되는 것은 다르다. 네이버 지도, 파파고, k.ride, 캐치테이블 글로벌, 그리고 행정안전부가 외국인용으로 만든 Emergency Ready App은 집에서 미리 받아 로그인까지 끝내 둔다. 가입 확인 문자가 본국 번호로 오기 때문에, 한국에 도착해 현지 통신용 심(SIM) 카드로 바꿔 끼운 뒤에는 그 문자를 받지 못한다. 반대로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쓰는 티머니GO처럼 한국 안에서 돈을 연결하는 앱은 도착한 뒤에 받아도 늦지 않다. 공항 무료 와이파이로 앱 네 개를 내려받으면 20~30분이 그냥 지나가고, 그 시간은 입국 첫날 가장 비싼 20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