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타임즈
도착의 문턱 · 미국편

미국 면허증만 내밀면 차는 안 나온다 — 출국 전 20달러짜리 종이 한 장

김태철 기자입력 KST
사진: 미국 여권 위에 놓인 미국 발급 국제운전면허증 표지 — 1949년 제네바 도로교통협약에 따라 발급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 Tony Webster / Wikimedia Commons (CC BY 2.0)

공항 도착층의 렌터카 카운터 앞. 미국 여권과 예약 확인 메일, 그리고 지갑에서 꺼낸 주(州) 발급 운전면허증을 나란히 내밀었는데 직원이 서류를 되민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보여주세요." 없다고 답하면 그걸로 끝이다. 예약해 둔 차는 카운터에 그대로 남고, 여행자는 캐리어를 끌고 공항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선다. 미국에서 20년을 무사고로 몰았든 면허가 아무리 깨끗하든 상관없다. 미국 운전면허증은 한국 도로에서 그 자체로는 아무 효력이 없다.

한눈에 보기: 발급처 AAA(미국자동차협회)와 AATA(미국자동차여행연맹) —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곳은 이 둘뿐 · 수수료 20달러(약 2만7000원) · 필요 서류 유효한 미국 주 면허증, 여권용 실물 사진 2장, 신청서 · 소요 시간 지점 방문 시 그 자리에서, 우편 신청은 4~6주(특급 처리는 접수 후 10영업일) · 유효기간 발급일로부터 1년 · 한국 내 운전 인정 기간 입국일로부터 1년 · 도착 후 문의는 1330(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24시간 다국어 관광 안내 전화)

한국의 교통 기본법인 도로교통법 제96조는 외국의 권한 있는 기관이 발급한 국제운전면허증이나 상호인정 외국면허증을 가진 사람만 입국한 날부터 1년간 한국에서 운전할 수 있다고 못 박는다. 미국의 주 면허증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은 1949년 제네바 도로교통협약 당사국이고, 한국이 인정하는 것은 그 협약에 따라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이다. 이 서류 없이 운전대를 잡으면 렌터카든 지인의 차든 무면허운전이 된다. 도로교통법 제152조는 무면허운전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벌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보험이다. 무면허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자동차보험의 보상 범위에서 빠져 상대 차 수리비와 치료비까지 전액 본인이 떠안는다.

AAA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받는 조건 자체는 단순하다. 만 18세 이상, 유효한 미국 주 면허증, 뒷면에 서명한 여권용 사진 2장, 그리고 20달러. 스캔하거나 집에서 출력한 사진은 받아주지 않고 인화한 실물이어야 한다. 지점에 직접 가면 방문한 자리에서 받아 나온다. 함정은 유효기간 계산에 숨어 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고, 한국이 인정하는 기간은 입국일로부터 1년이다. 둘 중 먼저 끝나는 쪽이 실제 기한이다. 한국 여행을 11개월 앞두고 미리 받아두면 정작 한국에서 쓸 수 있는 기간은 한 달로 쪼그라든다. AAA는 희망 개시일 기준 6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으므로 개시일을 여행 시작에 맞춰 적는 편이 안전하다. 또 하나, 국제운전면허증은 미국 면허증의 내용을 열 개 언어로 옮겨 적은 번역 문서일 뿐이다. 원본 면허증과 여권을 함께 지니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효력이 없어 카운터에서 같은 자리에 선다. 거절당해 예약을 취소하면 이용 예정 시각 24시간 이내 취소에는 대여요금의 10%가 위약금으로 빠져나간다.

한국에 도착한 뒤에 손쓸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AAA는 해외에 있는 신청자에게 플로리다주 히스로의 본부 주소로 서류를 우편 접수하도록 안내한다. 다만 우편 처리에만 4~6주가 걸려 웬만한 여행 일정보다 길다. 한국 면허증으로 바꾸는 길도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미국 면허증의 공증 사본을 1부 50달러에 발급하고, 앨라배마·플로리다·아이오와·메릴랜드·매사추세츠·미시간·텍사스·버지니아·워싱턴·웨스트버지니아에서 받은 면허는 시험 없이 교환되며 나머지 주는 간이 학과시험을 치른다. 서류를 갖춰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가야 하니 며칠이 걸리고, 짧은 여행 일정에는 맞지 않는다. 결국 답은 출국 전에 있다. 20달러와 사진 두 장을 가방에 챙기는 일이 카운터 앞에서 차를 포기하는 대가보다 훨씬 싸다. 운전을 아예 접기로 했다면 고속열차와 시외버스가 대부분의 지방 도시를 촘촘히 잇고, 기차역 앞에는 택시가 늘 서 있다.

출처·작성 방식 — 한국관광타임즈 편집부 작성(근거: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및 도로교통법 제96조·제152조, 주한미국대사관 Driving in Korea, 미국자동차협회(AAA) 국제운전면허증 안내, 도로교통공단 외국면허 교환발급 안내, 공정거래위원회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소비자분쟁해결기준) · 원문 보기
출발 전 가이드: 공항 도착 첫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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