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쌓아올린 언덕,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모래언덕 사이로 나무 데크길이 지평선까지 길게 뻗어 있다. 발밑에서는 마른 모래가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서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마다 사구를 덮은 풀들이 서로 부딪혀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오가는 이 하나 없이 데크와 모래, 풀만 남은 이 자리가 국내에서 가장 넓은 해안사구, 신두리 해안사구다.
한눈에 보기: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해변길 201-54(신두리사구센터) · 탐방로 상시 개방 · 신두리사구센터 운영시간 3~10월 09:00~18:00(11~2월 09:00~17:00), 매주 월요일·1월1일·설날과 추석 당일 휴관 · 입장료·주차료 무료 · 문의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9월 하순은 신두리를 걷기에 알맞은 시기다. 한여름 땡볕과 태풍철이 지나면서 사구를 뒤덮었던 초록빛 풀은 누런빛과 붉은빛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다. 낮 기온이 걷기 좋은 수준으로 내려가고 여름 성수기 인파가 빠진 덕에, 길이 3.4km에 이르는 모래언덕을 여유 있게 둘러볼 만한 계절이 됐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세 갈래 탐방로로 걸어볼 수 있다. 가장 짧은 A코스는 1.2km로 30분, B코스는 2km로 1시간, 가장 긴 C코스는 4km로 2시간이 걸린다. 사구 전체는 길이 약 3.4km, 폭 500m에서 1.3km에 이르러 언덕 하나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능선이 펼쳐진다. 이 모래언덕은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에 걸쳐 겨울철 북서계절풍이 해변의 모래를 육지 쪽으로 실어 날라 쌓은 지형으로,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됐다.
탐방로 곳곳에는 나무 기둥과 밧줄로 엮은 울타리가 쳐져 있어, 손으로 잡으면 거친 밧줄의 결이 그대로 만져진다. 사구 훼손을 막기 위해 모래언덕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데크와 울타리 안쪽 길로만 다녀야 한다. 이 완충지대에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구렁이가 살고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을 데크 밖 모래에 살짝 얹어보면 알갱이가 곱고 건조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릴 만큼 부드럽다.
언덕 위에 서면 한쪽으로는 신두리 해변과 마을이, 다른 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내려다보인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가는 모래 알갱이가 얼굴에 스치고, 바람에 실려 온 바다의 소금기가 입술에 옅게 닿아 짭조름한 맛이 느껴진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걸음을 조금 더 늘리고 싶다면, 멀지 않은 학암포해수욕장에서 저녁 바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붐비지 않는 가을 한국의 해안을 함께 걸을 여행자를 찾거나 이 코스가 궁금하다면 트러스트버디스 오픈채팅방에 들어와 물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