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갑자기 울려도 괜찮은 이유 — 재난문자 읽는 법

지하철 객차 안이 갑자기 요란해진다. 주변 사람들의 휴대폰이 한꺼번에 날카로운 경보음을 내고, 화면에는 읽을 수 없는 한글이 가득 찬다. 한국에 오면 예고 없이 겪는 일이다. 한국어를 모르면 그 순간이 공포가 되지만, 이 소리의 대부분은 지금 당장 대피하라는 뜻이 아니다. 무슨 종류인지 가르는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은 정부 규정에 적혀 있다.
한눈에 보기: 긴급재난문자는 휴대전화 최대 볼륨(최소 40데시벨 이상) · 안전안내문자는 평소 문자 알림 그대로 · 외국어 번역은 무료 앱 Emergency Ready App(5개 언어) · 여행 문의 1330(24시간·8개 언어) · 사고와 화재는 119, 범죄는 112

행정안전부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은 휴대전화로 보내는 문자를 재난의 무게에 따라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문자로 나눈다. 긴급재난문자는 테러, 방사성 물질 누출이 예상되는 상황, 대피 명령이 내려진 경우, 그리고 기상청장이 직접 보내는 호우에 쓴다. 이때 휴대전화는 사용자가 소리를 줄여 놓았어도 최대 볼륨, 최소 40데시벨 이상으로 울린다. 안전안내문자는 사전 대피 권고와 대피 명령 해제, 그 밖의 경보와 주의보에 쓰고 평소의 문자 알림 설정을 그대로 따른다. 귀를 때리는 소리로 울렸다면 긴급재난문자, 평소처럼 조용히 왔다면 안전안내문자다. 공습경보처럼 전시에 가까운 상황을 알리는 위급재난문자는 민방위 경보 체계에서 따로 관리한다.
2024년부터 경보음이 울리는 위급·긴급 재난문자에는 재난의 종류가 영문으로 함께 적힌다. 한글을 못 읽어도 이 단어만 찾으면 된다. Earthquake는 지진, Heavy rain은 호우, Tsunami는 지진해일, Evacuation·Forest fire는 산불 대피, Evacuation·Hazmat은 유해물질 누출 대피, Air raid warning은 공습경보, Preliminary warning은 경계경보다. 지진 규모는 M6.0처럼 M 뒤에 숫자로 붙는다. Earthquake가 보이면 탁자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싸고 흔들림이 멈춘 뒤에 밖으로 나간다. Heavy rain이면 지하 주차장과 반지하 공간, 하천 산책로를 피한다. Evacuation이 들어 있으면 문자에 적힌 방향으로 곧장 움직인다. 거리에 붙은 노란 '지진 옥외대피소(Earthquake Evacuation Zone)' 표지와 붉은 '대피소(Shelter)' 표지가 갈 곳을 알려 준다.
시간이 핵심이다. 기상청은 지진을 처음 관측한 뒤 5~10초 안에 긴급재난문자를 내보내고, 진앙 인근 지역에는 이를 3~5초까지 당기는 체계를 갖췄다. 흔들림이 도착하기 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수십 초라는 뜻이다. 문자를 번역 앱에 옮겨 붙여 뜻을 확인하는 데 1~2분을 쓴다면 그 수십 초는 이미 없다. 영문 단어 일곱 개를 미리 외워 두는 것만으로 해석 시간이 몇 초로 줄어든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에 72mm 이상 관측되거나, 1시간 50mm와 3시간 90mm가 동시에 관측될 때 나간다. 한 시간에 72mm는 우산이 아무 소용 없는 비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용 Emergency Ready App으로 번역된 재난문자를 보낸다. 영어와 중국어로 시작해 베트남어·태국어·일본어가 더해져 다섯 개 언어가 됐고, 대피소 위치와 상황별 행동 요령 등 36종의 재난안전 정보를 함께 담았다. 설치한 뒤 화면 아래 설정에서 'Emergency Alert'를 On으로 바꾸고 'Receive Region'에서 문자를 받을 지역을 지정해야 알림이 온다. 아이폰은 앱 언어가 휴대폰 기본 언어를 따르며, 문자를 소리로 읽어 주는 기능도 있다. 끄는 문제는 이렇다. 규정상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문자는 둘 다 수신 거부가 가능해, 휴대전화 설정의 재난 문자 항목에서 안전안내문자만 꺼 두는 것이 무난하다. 반면 위급재난문자는 단말기에 끄는 스위치 자체가 없다. 무슨 문자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하면 1330에 전화하면 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통역 안내전화로 24시간 열려 있고,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베트남어·태국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응답하며 통화료 밖의 요금은 받지 않는다. 다치거나 불이 났으면 119, 범죄는 112로 걸고, 한국어를 못 해도 통역이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