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뱃길로만 닿는 유배의 땅

뱃사공이 삿대로 강바닥을 밀어내자 나무배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가른다. 뱃전에 튀는 물보라가 손등을 적시고, 강 건너 소나무숲에서 서늘한 송진 냄새가 실려온다. 왕복 2~3분, 그 짧은 뱃길을 건너야만 닿는 땅이 있다. 삼면은 강물이 휘감고 나머지 한 면은 깎아지른 절벽이 막아선다. 1457년, 열두 살에 왕위를 빼앗기고 쫓겨난 단종이 두 달을 갇혀 지낸 청령포다.
청령포는 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에 있다. 도선(나룻배) 운항은 수시로 이뤄지고 왕복에 2~3분, 전체 관람에는 50분~1시간 30분이 걸린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은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설·추석 당일은 쉰다. 입장료 겸 도선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500원, 어린이 2000원, 경로(65세 이상) 1000원이고 7세 이하와 장애인복지카드 소지자는 무료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영월역까지 하루 5회(첫차 08:09, 막차 20:35) 운행하며 약 2시간4분 걸린다. 영월역에서 청령포까지는 농어촌버스 1번(선돌 방면, 하루 네 차례 운행)이나 택시로 10분 남짓이다. 강풍·홍수 등으로 도선이 멈출 수 있어 문의는 청령포 관리소(033-374-1317)로 하면 된다.

청령포 안쪽, 270도로 굽이치는 서강을 등지고 선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관음송이다. 높이 30m, 가슴높이 둘레 5m, 수령은 600년으로 추정된다. 갈라진 두 줄기 가지 사이에 걸터앉아 단종이 시름을 달랬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어린 임금의 초라한 모습을 보았고(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音)고 해서 관음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숲 사이 빈터에는 단종이 두 달간 머물렀다는 처소가 복원돼 있다. 그해 여름 홍수로 서강이 넘치자 단종은 결국 영월읍내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지금 청령포에 남은 것은 소나무숲과 흰 자갈이 깔린 강변, 배가 아니면 나갈 수 없던 땅의 적막뿐이다. 선착장 앞 식당가에서 뱃길을 기다리며 맛보는 곤드레나물밥 한 그릇에는 영월 산나물 특유의 구수한 향이 배어 있다. 설 연휴 나흘 동안에만 7000명 넘는 이가 이 나룻배를 탔다는 집계가 있을 만큼,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길이 이어진다.

무섬마을이나 부소담악처럼 물로 둘러싸인 육지 속 섬을 좋아했다면, 이번엔 배로만 건너는 유배의 땅이 그 갈증을 채워줄 차례다. 관음송 앞에 서면 왜 이곳이 조선 최고의 유배지로 꼽히는지 몸으로 느껴진다. 이런 장소를 먼저 알고 싶다면 한국관광타임즈 오픈채팅방에 들어와 다음 목적지 힌트를 받아보시라. 곧 이어 싣는다.